≪Cappyglass crafted by fresco studio≫ Release on 5.17. 2025
어느덧 캐피가 문을 연 지 1년을 넘기는 동안 저희는 커피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커피잔을 들고 나누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무언가를 거창하게 기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우리만의 잔을 하나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번에 일본 오사카, 이즈미 시의 감귤 밭에 둘러싸인 차분한 지역에 위치한 fresco studio 에서 캐피의 첫 유리잔 ‘Cappyglass’ 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커피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잔에 눈이 갑니다. 저희는 세라믹도 참 좋아하지만 어쩐지 유리라는 재료가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아래에는 유리를 다루는 사람들, 협업에 대한 생각, 그리고 공방을 구성하는 공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잔을 만든 이유나 목적에 집중하기보다, 이 잔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떤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fresco 대표 타케시 츠지노 씨와 제작을 직접 진행한 키타자와 아이씨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fresco 는 2005년 설립되어 올해로 20년 가까운 시간을 유리를 다뤄 온 팀입니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이나 형식을 따르기보다 모든 제품을 손으로 만든다는 꾸준한 태도로 디자인을 우선시 해온 작업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겨우 1년을 갓 넘긴 저희에게는 그 태도 자체가 영감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를 위한 테이블웨어와 그 제작자들을 소개하는 NA-BE 의 도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좋은 연결을 만들어주신 데 깊이 감사드립니다.
259 Onoda-cho, Izumi City, Osaka, Japan
<타케시 츠지노 辻野剛 founder 인터뷰>
Q. 유리 제작을 시작할 때, 유리의 어떤 점에 가장 매료되셨나요? A. 유리가 가진 다양성에 매료됐어요. 무한한 조형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Q. fresco 를 설립하신 배경을 들려주세요. A. fresco 모든 글자를 소문자로 표기 는 처음에 개인 공방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글라스 아트나 공예에 대한 인식이 낮고 관심도 적어서 일상생활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도구를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어요. 핸드메이드 글라스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평가의 기회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fresco 는 ‘표현’보다는 ‘디자인’을 우선시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유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팀이 되었어요. 핸드메이드 유리를 크래프트 제품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fresco' 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 ‘fresco’ 는 이탈리아어로 ‘신선함’ 을 의미합니다. 이탈리아어를 선택한 이유는 과거 베네치아에서 발전한 마우스 블로잉 유리 기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기술을 능가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 뛰어난 기술과 공법을 만들어낸 선배 장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고 싶었어요. 또한 우리가 만드는 유리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이 신선한 놀라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Q. 유리 제작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는 무엇인가요? 그것을 어떻게 제어하거나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A. 온도에 따라 유리 자체의 성질이 변하는 점입니다. 너무 뜨거워지면 녹아버리고, 너무 차가워지면 깨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 변화에는 전조(징후)가 없기 때문에 제어가 매우 어렵습니다.
Q. 해외와 일본에서 유리 작품이 받아들여지는 태도에 차이가 있을까요? A.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공예에서는 그 배경이나 전통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은 유리 공예의 긴 역사가 없어서 "전통공예"로써 인정받지 못하거든요. 반면 유럽은 공예에 대한 인식이 훨씬 강하고, 좋은 작품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일본은 다도나 가이세키 요리 같은 독특한 식문화가 있지요. 이 분야는 종합 예술로 평가될 만큼 높은 수준으로 승화된 세계이기도 하며, 그 안에서 기물 (그릇) 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감상용 유리보다는 생활 속에서 쓰이는 유리가 일본 사람들에게는 훨씬 친숙한 존재로 인식됩니다.
Q. fresco 의 작품에 일본이나 오사카 지역의 미의식이나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오사카의 지역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식문화를 의식하고, 일본 특유의 기물이나 생활도구와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자연환경과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느낌 등을 작품에 반영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fresco 의 작품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중시하는데, 그 균형은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A. 양립을 추구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심미성에 대한 지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튀는 것을 의도하지는 않지만 기물은 도구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을 때에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질리지 않는 형태와 색감을 고려합니다.
Q. 수공예 유리와 대량 생산의 공존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보고 계세요? A.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요구되는 다양성과 과잉생산 문제를 생각할 때, 소량 생산이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능’을 목적으로 하면 단가를 낮춘 대량생산품이 편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품들도 리사이클링이나 업사이클링이 잘 설계된다면, 존재의 가치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랫동안 아끼며 쓸 물건’을 찾는 사용자에게는, 그런 ‘싸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물건’ 으로는 심리적 만족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사용할 것으로 전제로 한다면,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것을 천천히, 신중하게 고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때는 소재, 색,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가 중요해지고, 자연히 단가는 낮추기 어려워지지만 물건이 가진 가치와 그것을 선택한 사람이 부여한 새로운 가치가 만나 가격은 상대적이지 않은 독립된 기준을 갖게 됩니다. 그 물건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에 걸맞은 자리와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기술력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Q. fresco 의 유리 제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나요? A. 세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아이템은 쇠 파이프 끝에 녹인 유리를 감아 올리고, 입김을 불어넣어 부풀리는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기본적인 형태가 (하단 절반 정도) 가 어느 정도 잡히면 ‘폰테’라는 구멍 없는 쇠 막대에 옮겨 붙이고,, 입구 쪽을 다시 가열해 부드럽게 만든 후, 그 구멍을 도구로 넓혀 잔의 입구를 만듭니다. 필요에 따라 커팅, 연마 등의 후가공을 거치기도 합니다.
Q. 캐피 글라스처럼 다양한 색은 어떻게 표현하나요? A. fresco 의 유리 가마 glass furnace 에서는 무색 투명 유리만 녹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색은 ‘유리 파우더 색 유리 분말’ 를 사용해 제작 도중에 입혀집니다. 일부 제품은 표면에 투명 유리를 한 겹 더 씌우기도 하고, 어떤 건 색 유리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완성됩니다.
<키타자와 아이 北澤 藍 인터뷰>
Q. fresco 와 함께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A. 영국에서 유리를 배우고 돌아온 뒤에도, 사실 마우스 블로잉(mouth-blowing) 기술은 거의 배우지 못한 상태였어요. 그래도 일할 수 있는 공방을 찾고 있었고 일본 여러 공방을 둘러보다가 소개를 받아 프레스코를 방문하게 됐습니다., 팀으로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은 다른 공방에서는 보기 드물었고, 공방의 분위기나 사람들도 모두 멋졌어요. 유리 외에도 제가 해온 다양한 경험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하고 싶어요” 라고 츠지노 씨에게 부탁드린 게 시작이었습니다.
Q. 스튜디오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A. 츠지노 씨의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평소에는 kasumi 시리즈 같은 인기 제품을 만들거나, 국내외 거래처와 소통하거나, 제품 검수 같은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유리라는 소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끼세요? A. 빛을 통과하는 성질입니다. 그리고 마우스 블로잉은 몇 년을 계속 해도 매일 새로운 발견이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Q. 작업 중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fresco 에서는 기본적으로 2인 1조로 작업해요. 혼자 만드는 분들도 있지만, 둘이 하면 제작자가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속도와 완성도도 모두 높아지고 결과물도 더 균일해지죠. 이런 안정적인 품질 덕분에 인테리어 샵 등에서도 다루기 쉬운 제품이 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같은 사람끼리만 작업하는 건 아니고, 모든 팀원이 같은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짝이 바뀌어도 문제없어요.물론 신입 교육도 아주 중요하고요.
Q. 예상치 못한 실패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A. 이게 팀으로 작업하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적인 문제는 서로 원인을 이야기하면서 다음 작업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기술이 부족하면 개별적으로 연습을 해요.
Q. 여행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A.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과 바다요. 일본에서는 정말 먼 곳이었지만,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었고, 그곳의 공기, 습도, 소리까지 모든 것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Q. 여행이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A. 네,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해외여행을 가면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 몸을 두게 되니까, 일본에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일본 특유의 무언가를 더 선명하게 느끼게 돼요. 그래서 오히려 '일본다움'을 의식하면서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유리 기술이나 디자인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fresco 가 지향하는 생활용 도구는 화려하거나 튀는 디자인이 아니라, "은은하지만 왠지 이게 좋아"라고 느껴지는 매력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런 제품을 완전히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금 인기 있는 시리즈를 뛰어넘는 제품을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Q. 작업 환경 중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오너인 츠지노 씨가 “레스토랑처럼 편안한 공방을 만들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세요. 방문하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죠.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공방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유리의 매력을 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그 점을 의식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공방이 정말 깨끗하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참 기쁘고요. 그리고 도시가 아닌,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소에 있다는 점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Q. 차, 술, 커피 등 특별히 좋아하시는 음료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저는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셔요. 커피를 마시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 들고, 깨어났다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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